축구를 좋아하고 정기적으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은 부상이력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경우가 흔합니다.
가벼운 부상이야 훌훌 털고 밥 잘 먹으면 괜찮아지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큰 부상은 조기축구 경력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커다란 복병으로 다가옵니다.
필자에게도 축구 중 부상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었습니다. 무릎 연골 수술을 마치고 짧지 않은 회복 기간을 거쳐 피치로 복귀한 후기를 남겨봅니다.
목차
무릎에서 ‘뚜두두둑’ 하는 소리가!
부상 당시 상황
2016년 1월 초,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맨땅 운동장에서 조기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킥을 하기 위해 왼발로 디딤발을 딛고 오른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디딤발이 미끄러지다가 축구화의 스터드가 땅속 딱딱한 곳에 박히며 온몸의 하중이 왼쪽 무릎에 집중되었습니다.
순간 ‘뚜두두둑’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저는 킥을 마무리한 후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이후 왼쪽 무릎에 말도 못할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제 뇌리에는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네, 인생 첫 큰 부상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무릎에서 난 소리는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들렸고, 부상이 심상치 않은 것이 확실해 즉시 인근 병원을 찾았습니다.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가는 도중 머리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부상당한 시간이 일요일 오전이어서 찾아간 병원에는 당직 레지던트 선생님밖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대충 부상 상황을 설명하니 부목과 압박붕대로 임시 처치만 가능하고 다음 날 정형외과에 방문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걷기가 매우 힘들어 목발을 받아 의지해야 했습니다.
통증보다 아픈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아침에 멀쩡히 조기축구 간 사람이 목발을 짚고 아파하며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이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가족들에게 큰 걱정을 끼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가족들은 금방 나을 거라며 위로를 건넸지만, 얼굴 표정과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습니다. 편안하고 즐거워야 할 일요일에 청천벽력과 같은 걱정을 안긴 저에게, 부상의 통증보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반월상 연골판 완전 파열 & 후방 십자인대 부분 파열
MRI 결과
다음 날, 이미 비슷한 경험으로 치료를 잘 마친 동료들의 추천을 받아 관절전문병원을 방문했습니다. MRI 촬영 결과 진단은 ‘반월상 연골판 완전 파열 및 후방 십자인대 부분 파열’로 나왔습니다.
후방 십자인대는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반월상 연골판은 부상 정도가 꽤 심한 축에 속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나마 부상 후 빠른 시간 안에 내원하여 무릎 안에서 피가 굳지 않았고 관절경 수술을 통해 별 외상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수술 후 재활을 잘 하면 몇 개월 안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었습니다.
무릎 연골 수술 후 나의 첫 질문
수술을 위하여 바로 입원 수속을 밟았고 그렇게 2박 3일의 입원 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입원 다음 날 바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는 수술이 잘 끝났고 경과도 좋아 보인다며 다음 날 퇴원해도 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냐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저의 첫 질문은 바로 “언제 다시 축구를 할 수 있나요?”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앞으로는 축구 같은 심한 운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해 주셨습니다. 무릎 관절은 소모품과 같아서 세월이 지날 수록 닳게 마련이고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추후 관절염이 올 수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지루하고 혹독한 회복 기간 – 재활은 힘들다!
무릎 연골 수술 후 굽혀지지 않는 무릎
수술 후 깁스를 풀고 본격적인 재활에 들어갔습니다. 제일 난감한 것은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여전히 목발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통증은 처음보다 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느껴지고 있었고 잠깐 방심하여 수술 부위에 힘이라도 가해지면 가차 없는 통증 벌칙이 돌아왔습니다.
보조기와 함께하는 재활
퇴원하면서 받은 보조기에는 각도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낮은 각도로 시작해 무릎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면 조금씩 각도를 높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바닥에 누워 뻣뻣한 무릎을 조금씩 굽히며 재활을 이어나갔습니다. 매우 지루하고 혹독한 순간 순간들이었습니다. 재활 초창기에는 무릎이 굽혀지는 각도를 늘려나가는데 매우 애를 먹었습니다. 속으로는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거 아닐까 하는 조바심도 났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또 일주일, 또 한 달 두달을 등창이 날 정도로 바닥에 누워 무릎 재활을 이어나갔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일상에 복귀하고픈 마음에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내가 저런 격렬한 운동을 했었나?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너무 집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싶어 축구 구경이라도 할 겸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조기축구 회원들이 목발을 짚고 나타난 저를 보며 모두 반겨주었습니다.
벤치에 홀로 앉아 회원들의 축구 경기를 보고 있자니 문득 ‘내가 저런 격렬한 운동을 했었나?’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부상 당한 입장에서는 절대 저런 움직임을 다시 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몸의 부상은 마음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집에서 홀로 재활하는 시간이 많아진 당시에는 멘탈도 함께 저공비행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목발 없이 걷다!
두 발로 걷는 것의 소중함 – 호모 에렉투스의 위엄
너무 흔해 소중함을 모른다는 공기. 두 발로 걷는 것도 너무 당연해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목발 없이 다닐 수 없었던 사람에게 두 발로 걷는 것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호모 사피엔스이기 한 참 전에 호모 에텍투스였던 것이었습니다.
부상을 당한지 석 달이 지나갈 무렵, 그 동안 재활을 열심히 한 덕인지 목발의 도움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조금 절룩 절룩하며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대지에 우뚝 서서 맨몸으로 나 혼자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경험이었습니다.
무릎 연골 수술 후 가족들의 헌신과 축하
부상을 당한건 저였지만 가족들에게도 저의 회복 기간이 힘겨운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삼시세끼 식사를 차려주고 움직이는데 도움을 주고 재활을 응원해 주었던 가족의 헌신이 없었다면 빠른 회복은 없었을 것입니다.
오랜 재활기간을 마치고 다시 출근하게 된 날 받았던 가족들의 축하는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조기축구 복귀!
준비는 철저히!
목발 없이 걷게 된 후 무릎 재활은 가속력이 붙어 자유로운 각도로 굽힐 수 있게 되었고 빠진 다리 근육도 운동을 하며 보강을 했습니다. 다시 피치 위에 서기 위한 준비는 철저히 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부상은 제 사전에 없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니 시간을 만들어 부상 부위의 근육 강화를 위한 운동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운동은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달리기를 통해 무릎의 통증여부를 계속 체크하면서 저는 새 축구화와 무릎 보호대를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다음 날 소풍가는 어린 아이 마냥 살짝 설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밝았던 2016년 8월의 어느 일요일, 저는 그렇게 원했던 조기축구 복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복귀전을 치르고 회원들과 함께 식당에 모여 식사를 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제 무릎은 잘 버텨주었고 재미난 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복귀를 환영한다는 회원들의 인사와 축구 열정이 대단하다는 칭찬 아닌 칭찬에 가슴속에서 무언지 모를 자신감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상을 입은 후 좌절을 경험하고 재활을 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피치 위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운동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어떤 역경이 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한 것 같습니다.
맺음말
지금까지 무릎 연골 수술 후 조기축구에 복귀하기까지의 개인적 이야기였습니다.
총 비용은 MRI 촬영비, 수술비, 2인실 입원비, 보조기 비용 등을 포함해 약 300만 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상을 당한 것이 1월 초순이고 꾸준히 재활하며 목발 없이 걷게 된 것이 3월 말 정도이며 역시 재활을 하다가 다시 축구를 할 수 있었던 시기는 8월 중순경이었습니다.
2024년 현재 저의 수술한 왼쪽 무릎은 축구를 할 정도로 양호하며 일상생활에도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가끔가다 특정 각도에서 찌릿한 통증이 오는 경우는 있지만 그 각도만 피하면 괜찮습니다. 아마도 훌륭한 의사 선생님의 치료와 꾸준한 재활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부상이라는 조기축구인의 비애를 겪으셨나요? 그리고 결연히 재활과정을 버티셨나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드립니다. 건강하게 또 오랜 기간동안 즐거운 축구생활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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